우주 공간을 편대로 비행하는 큐브샛
GPS 없는 환경에서의 자율 편대 비행 기술과 그 핵심 원리
한때 대학 연구용 실험 도구에 불과했던 **큐브샛(CubeSat)**은, 이제 우주 탐사와 정밀 관측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존재로 자리 잡았습니다.
10cm 크기의 정육면체 단위로 구성된 이 소형 위성은, 발사 비용 절감과 빠른 개발 주기의 장점을 앞세워 우주 임무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는 중입니다.
그중에서도 최근 주목받는 분야는 큐브샛 간의 ‘편대비행(Formation Flying)’ 기술입니다.
여러 대의 소형 위성이 마치 새떼처럼 정렬된 구조로 우주 공간을 나란히 비행하며, 고성능 대형 위성과 유사한 성능을 협업으로 구현하는 방식입니다.
하지만 지구 궤도를 벗어나거나 GPS 신호가 미약한 환경에서는, 이러한 정렬 비행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위성 간 상대 위치를 정밀하게 유지하기 위해선, 완전히 새로운 제어 방법과 센서 융합 기술이 필요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GPS 없이도 큐브샛들이 우주에서 정렬된 편대로 비행할 수 있는 **‘레이저 및 RF 기반 자율 항법 기술’**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왜 큐브샛 편대비행이 필요한가?
기존의 대형 정찰 위성이나 통신 위성은 무게 수 톤에 이르는 단일 기기로 모든 기능을 수행했습니다.
하지만 소형 위성을 다수 띄워 협력시킨다면 다음과 같은 장점이 생깁니다:
- 분산 관측: 넓은 범위 또는 다중각도에서 동시 관측 가능
- 고장 대응성 향상: 일부 위성 고장 시 전체 기능 유지
- 코스트 절감: 위성 한 대당 비용이 저렴하며 유연한 임무 구성 가능
- 시스템 확장성: 필요한 만큼 개수를 늘려 단계적으로 임무 수행 가능
예를 들어, 전자기파 간섭 측정, 3D 영상촬영, 지구 자기장 지형도 작성 등은 편대비행 시스템이 있어야 가능한 정밀 임무입니다.
문제는 ‘위치 인식’ – GPS는 우주 전체를 커버하지 않는다
지상에서는 GPS(GNSS) 신호를 활용해 1미터 이하의 정확한 위치 측정이 가능합니다.
그러나 위성이 비행하는 **고도 1,000km 이상의 저지구궤도(LEO)**에서도 GPS 수신기는 간신히 동작할 뿐이며,
달 궤도나 행성 간 궤도에서는 GPS 신호 자체가 수신되지 않거나, 지연과 오차가 매우 커집니다.
결국, 편대비행 큐브샛은 스스로 또는 서로 간 협력을 통해 자체 항법체계를 갖추어야 하며,
GPS 없이도 상대 위치와 자세를 정확히 인식할 수 있는 기술이 필수입니다.
핵심 기술 1: RF 기반 상대 위치 추정
무선 주파수(Radio Frequency, RF) 신호는 우주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으로 전파되며,
큐브샛 간 통신과 동시에 거리 측정, 방향 정보 추정 등에 활용됩니다.
- TOF(Time of Flight): 신호가 한 위성에서 다른 위성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측정해 거리 산출
- 위상 간섭 측정: 두 신호의 위상차로 각도 및 상대 위치 추정 가능
- RSSI(수신 신호 강도 지수): 전파 세기의 변화를 분석해 거리 변화 추적
RF 시스템은 비교적 소형 기기에 적용 가능하며, 다중 통신 채널을 활용해 복수 위성 간 실시간 상대위치 계산이 가능합니다.
핵심 기술 2: 레이저 기반 정밀 거리 측정
RF보다 더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임무에는 **레이저 거리측정기(LiDAR 또는 레이저 레인징)**가 활용됩니다.
- 수 센티미터 단위의 거리 측정 정확도
- 광 신호의 반사 시간(Time-of-Flight) 또는 간섭 측정 기반
- 정렬 오차 감지 및 위성 간 상대 위치 피드백 제어 가능
레이저 시스템은 빛의 직진성과 반사특성을 이용해, 두 위성 간 정확한 방향 및 거리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으며,
태양광 산란이 적은 우주에서는 매우 높은 정밀도로 동작합니다.
핵심 기술 3: 자율 제어 및 궤도 유지 알고리즘
단순한 거리 측정만으로는 정확한 편대비행이 어렵습니다.
큐브샛은 센서 정보에 기반한 실시간 제어 알고리즘을 통해 다음과 같은 기능을 수행해야 합니다:
- 상대속도 보정: 미세한 속도 차이도 장기적으로는 수 km 이상 궤도 이탈을 유발
- 편대 형상 유지(Fleet Geometry Control): 전체적인 배열을 일정하게 유지
- 추진제 최소화 제어(Minimum Fuel Control): 연료 소모를 최소화하면서 제어 수행
이 과정에는 칼만 필터(Kalman Filter), 슬라이딩 모드 제어, AI 기반 궤도예측 등이 활용되며,
특정 큐브샛이 리더 역할을 하고 나머지가 이를 기준으로 배열을 맞추는 방식도 자주 쓰입니다.
실제 적용 사례 – NASA와 ESA의 실험
- NASA Starling 프로젝트 (2023~)
총 4기의 큐브샛이 궤도에서 완전 자율 편대비행 및 통신망 자율 구성을 실험 중.
GPS 외에도 광학 센서, 레이저 거리측정기, RF 모듈이 융합되어 있음. - ESA φ-Sat 미션
지구관측용 큐브샛 군집을 구성해 AI 자율 비행 제어와 데이터 필터링을 실험.
장기적으로 심우주 편대비행 기반 망원경 및 행성 간 비행체 구성을 목표로 함.
향후 전망 – 분산형 위성 시스템의 핵심
큐브샛의 자율 편대 비행 기술은 향후 다음과 같은 활용처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 다중 광학/전자기 관측용 가상 대형 망원경
- 태양풍/지자기 입체 관측 시스템
- 소행성 또는 혜성 주위를 둘러싸는 분산형 탐사선
- 달 및 화성 궤도 정찰 위성 네트워크
- 지구 재난 대응용 위성 감시군집 (재난 발생 시 즉시 편대 재편성)
특히 향후에는 AI 기반의 스웜(Swarm) 자율 분산 제어 기술이 접목되며, 큐브샛 군집이
하나의 지능형 생명체처럼 판단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구조로 진화할 것입니다.
결론 – 서로를 기준 삼는 위성들
GPS가 닿지 않는 우주 공간에서도, 큐브샛은 서로를 바라보며 자율적으로 비행할 수 있습니다.
이는 단지 기술적 진보가 아니라, 우주 공간에서의 새로운 협업 방식을 제시하는 혁신입니다.
RF와 레이저 센서, 정밀 알고리즘의 융합은 그 작고 가벼운 기계들에
거대한 우주를 정밀하게 탐사할 수 있는 힘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우주 탐사는 거대 로켓이 아닌, 작은 위성들의 집단적 사고와 자율성이 이끌어갈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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